(1) B.F. Skinner
버허스 스키너는 가장 저명한 행동주의 심리학자이며 사회의 의미 있는 변화를 위해서 심리학의 원리를 응용하려고 노력했던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1904년 펜실베니아 주의 한 작은 도시에서 법률가인 아버지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비교적 안정된 가정환경에서 성장한 스키너는 뉴욕의 해밀턴 칼리지를 희망했다. 이를 위해 하버드 대학교에 진학하여 영문학을 전공했으며 졸업 후 1년 동안 소설을 쓰며 보냈으나 자신의 문학적 재능에 한계를 느끼고는 소설가의 꿈을 접었다. 그 후 스키너는 심리학자인 John B. Watson이 쓴 "행동주의"라는 책을 읽고 감명받아 대학원에 진학하여 심리학을 전공하기로 결심하였다. 그는 1931년 하버드 대학교 심리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다른 대학에 재직하다가 1958년부터 1974년에 퇴직할 때까지 하버드 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활약하였다. 스키너는 21권의 저서와 180여 편의 논문을 남긴 열정적인 사람으로서 많은 상을 받았으며 1990년에 폐렴으로 사망하였다.
스키너는 어려서 물건을 만들고 기계를 조작하는 것을 좋아했는데 이러한 재능이 동물 행동의 연구에서 발휘되었다. 그는 스키너 박스로 알려진 실험 장치를 만들어 쥐나 비둘기의 행동을 체계적으로 관찰하며 연구하였다. 그의 연구 결과는 조작적 강화이론으로 알려져 있는데, 특정한 행동이 강화물을 제시하는 시간 간격과 방법에 따라 어떻게 학습되고 소거되는지를 정교하게 밝히고 있다. 그는 이러한 조작적 조건 형성의 원리를 이용하여 인간의 행동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뿐만 아니라 효과적인 교육과 사회적 변화에 활용하고자 노력하였다.
스키너는 엄격한 행동주의 심리학자인 동시에 발명가, 저술가, 사회철학자의 면모를 나타냈다. 그는 스키너 박스를 비롯하여 유아에게 좋은 환경을 제공하는 양육 장치, 학습 내용을 제시하고 적절하게 강화하는 학습 기계, 비둘기를 이용한 목표 추적 미사일 등과 같은 창의적인 발명품과 아이디어를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학술적인 논문과 저술뿐만 아니라 대중적인 저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특히 1948년에 발표한 "월든 투"는 실험실에서 연구된 심리학의 이론과 원리를 활용하여 더 나은 사회를 건설하려는 스키너의 꿈을 작품화한 소설이다. 이 책은 헨리 소로우가 월든 호숫가에서 체험한 초월적인 행복한 삶을 서술한 "월든"이라는 작품의 책을 빌려 스키너가 꿈꾸는 이상 사회를 소설 형식으로 그리고 있는 책이다. 이 책에는 조건 형성의 원리를 활용함으로써 효율적인 자녀 양육과 사회 운영을 통해 구성원의 생산성과 행복을 높이고자 했던 스키너의 꿈이 담겨져 있다. 이 책은 그가 젊은 시절에 지녔던 소설가로서의 꿈과 심리학자로서의 연구 성과를 결합하여 궁극적으로 더 나은 세상을 건설하려는 사회 철학자로서의 스키너의 면모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1971년에 발표한 "자유와 존엄을 넘어서"는 행동 공학을 통해서 더 나은 사회를 건설할 수 있다는 스키너의 사회 철학과 실현 방법이 제시되고 있다.
(2) Joseph Wolpe
조셉 월피는 상호억제기법과 체계적 둔감법으로 알려진 치료법을 개발함으로써 행동치료의 획기적 발전에 기여한 인물이다. 그는 1915년 남아프리카 요하네스버그에서 경리사원이었던 아버지의 장남으로 출생하였다. 유태인인 Wolpe의 조부는 박해를 피해 리투아니아에서 남아프리카로 이주하였다. Wolpe는 어려서 내성적이고 수줍음이 많은 학생이었으나 책 읽기를 좋아했으며 부모와 교사로부터 지적 능력을 인정받으면서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 학교 성적이 우수했던 Wolpe는 영국식 6년제 의학교육을 시행하는 위트워터스랜드 대학에 진학했다. 대학에서 Wolpe는 정신의학보다 내과학이나 마취학에 관심을 지녔으나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에도 깊은 관심을 지녔다.
제 2차 세계대전 직전에 의학 공부를 마친 Wolpe는 남아프리카 육군의 군의관으로 자원했다. Wolpe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은 남아프리카 육군의 군의관으로 일하면서 전쟁 신경증에 시달리는 병사들을 칠해야 했던 일이다. 그 당시 전쟁 신경증을 치료하는 유일한 방법은 정신분석 치료에 따라 최면 약물을 투여하고 충격적인 경험을 말하게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은 효과가 없었다. 한 때 프로이트의 열렬한 신봉자였던 Wolpe는 이 경험으로 인해 정신분석 치료에 회의를 느끼게 되었으며 더 효과적인 치료 방법을 모색하게 되었다.
Wolpe는 군의관들의 토론모임에서 행동주의 심리학을 접하면서 엄격하고 체계적인 이론에 매력을 느꼈다. 특히 Clark Hull의 학습 이론에 흥미를 느꼈다. 그는 1946년 군 복무를 마치고 위트워터스랜드 대학의 정신과에서 의학 박사 과정을 밟으면서 조건 형성을 통한 신경증 치료에 대한 논문을 썼다. 이후 그는 Edmund Jacobson의 점진적 이완법을 접하면서 긴장 이완을 통해 불안이 극복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불안 장애 환자를 깊이 이완시켜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게 하면서 조금씩 불안한 장면을 상상하게 하고 점진적으로 더 불안한 장면에 접하게 했다. 그는 이러한 방법을 통해서 다양한 신경증 장애의 90%를 성공적으로 치료할 수 있었으며 이 방법을 "체계적 둔감법"이라고 명명하게 되었다.
Wolpe가 40세가 된 1955년에는 개인 진료소를 운영하며 모교에서 시간제 강사로 활동하였다. 이때 Wolpe는 심리학과에 재학하고 있던 Stanley Rachman과 Arnold Lazarus에게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훗날 Rachman은 강박장애와 불장장애에 대한 저명한 연구자가 되었으며 Lazarus는 다중양식 심리치료를 제창하게 된다. Wolpe는 그의 명성이 널리 알려지면서 Eysenck의 초청으로 영국을 방문하였으며 스탠퍼트 대학의 초청으로 미국에 체류하면서 1958년에 그의 연구와 치료 경험을 정리한 "상호억제에 의한 심리치료"를 출간하였다. Wolpe는 1960년에는 버지니아 대학의 교수직을 제안받으면서 미국으로 이주하였으며 1965년에는 템플 대학교의 정신의학 연구소로 이직하여 활동하였다. 그는 정신 분석을 신봉하는 동료들로부터 많은 견제를 받았으나 20년 동안 수백 명의 전문가에게 그의 행동 치료적 기법을 교육하였으며 연구에 기여하였다. 또한 그는 동료들과 함께 "행동치료의 발전을 위한 학회"를 창설하였으며 "행동치료와 실험정신의학 학술지"를 발간하였다. 이러한 공로로 Wolpe는 1980년에 미국 심리학회로부터 "심리학 응용에 공헌한 우수 과학자상"을 수상하였다.
Wolpe는 인간 본성에 대한 유물론적이고 결정론적인 철학에 충실했으며 행동 치료를 정신 역동적 치료나 인지적 치료와 통합하려는 노력에 대해서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한 엄격한 행동 치료자였다. Wolpe는 말년에도 행동 치료에 대한 저술과 강연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였으며 1977년에 폐암으로 사망하였다.
(3) Albert Bandura
앨버트 밴두라는 행동주의와 인지 심리학의 접목을 위한 가교 구실을 함으로써 행동 치료가 이론적 기반을 확대하여 인지 행동 치료로 발전하는 데 기여한 인물이다. 밴두라는 1925년에 캐나다 앨버타의 작은 마을에서 우크라이나와 폴란드 이민자의 막내이자 유일한 아들로 태어났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에 진학한 밴두라는 특별한 목표 없이 빈둥거리는 학생이었으나 무료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수강한 심리학 과목에 매료되어 심리학자의 길을 걷게 되었다. 이후 아이오와 대학교의 심리학과 대학원에 진학하여 1952년에 임상심리학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William James의 영향을 받은 밴두라는 박사 과정에서 심상이나 정신 표상과 같은 심리적 과정에 깊은 관심을 가졌으며 행위자와 환경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상호적 결정론에 심취하였다. 이러한 관심사를 통해서 그는 그 당시 지배적이었던 행동주의와 상당한 거리를 두고 독자적인 연구를 진행했다. 박사 학위를 받은 후에 그는 임상 현장에서 인턴을 이수하고 다음 해 1953년에 스탠퍼드 대학교 교수로 임용되었다.
밴두라의 연구 업적은 매우 다양하지만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다른 사람의 행동을 관찰하고 모방함으로써 학습이 이루어질 수 있음을 실험적으로 입증함으로써 고전적 조건 형성과 조작적 조건 형성뿐만 아니라 모방을 통한 사회적 학습이 중요함을 보여주었다. 그는 유명한 보보인형 실험을 통해서 공격적인 행동을 나타내는 성인의 모습을 관찰한 3~6세 아동들이 자신의 인형에게 공격적인 행동을 나타냄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학습 과정을 모델링이라고 명명하였으며 긍정적 행동과 부정적 행동이 모두 모델링에 의해 학습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1973년에는 이러한 연구 결과를 담은 "공격성 : 사회학습 분석"을 발표하였으며 1977년에는 "사회학습이론"을 발표하였다. 이처럼 밴두라는 모델링에 의한 사회적 학습이 문제 행동을 이해하고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새로운 이론적 기반을 제공함으로써 행동 치료가 발전하는 데 기여하였다.
둘째 밴두라는 1980년대에 들어서 연구 관심을 좀 더 거시적인 영역으로 확대하면서 사회학습이론을 사회인지 이론으로 발전시켰다. 그는 환경요인이 인간 행동에 일방향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행동주의에 반대하며 환경과 행동의 상호성을 강조하였다. 그는 인간 행동, 환경 요인, 그리고 개인 요인(인지적, 정서적, 생물학적 요인)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삼요인 상호성을 주장했다. 또한 1968년에 발표한 "사고와 행동의 사회적 기반 : 사회인지 이론"을 통해서 인간은 환경에 반응하기만 하는 존재도 아니고 내면적인 충동에 휘둘리기만 하는 존재도 아니며 자신의 경험을 구조화하고 스스로 조절하며 반성할 뿐만 아니라 미래를 예상하며 대응하는 전향적 존재임을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은 행동주의와 정신 분석의 인간관을 모두 비판하면서 인간 행동을 이해함에 있어서 자기와 관련된 인지적 요인이 중요함을 강조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밴두라의 세 번째 공헌은 자기효능감에 대한 것이다. 그는 모델링을 통해서 뱀 공포증이 치료될 수 있음을 실험적으로 입증하였다. 그는 이러한 모델링의 치료 효과는 자기 효능성에 대한 믿음(뱀 공포를 이겨낼 수 있다는 자기 능력에 대한 믿음)에 의해 매개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자기와 관련된 사고가 인간의 다양한 심리적 기능에 중요함을 강조한 것이다. 실험적 연구 결과에 근거한 밴두라의 주장은 행동 치료자들이 인지적 요인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치료 이론과 치료 기법을 확장하는 데 기여하였다. 밴두라는 1997년에 발표한 "자기효능감"에서 자기효능감 이론이 인간 발달, 심리치료, 교육 및 건강증진, 사회 정치적 변화, 국제적 활동과 같은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음을 제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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