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게슈탈트
게슈탈트(Gestalt)라는 용어는 '형태' 또는 '전체적 모양'이라는 의미를 지닌 독일어로써 20세기 초 독일에서 발전했던 게슈탈트 심리학에 의해서 널리 유포되었다. 게슈탈트 심리학에 따르면 인간의 외부 세계 인식은 대상의 부분을 분석하여 조립하기보다 한 번에 전체적으로 파악한다. 인간은 여러 부분을 어떤 관계성을 지닌 통합된 전체로 인식한다. 이렇게 인간의 의식에 하나의 통합된 전체로서 전경으로 떠올라 인식된 것이 '게슈탈트.
게슈탈트 치료에서는 게슈탈트라는 개념을 심리치료의 영역에 확장하여 사용한다. 심리치료에 있어서 게슈탈트란 '개체에 의해 지각된 자기 행동 동기'를 뜻한다. 즉 개체가 자신의 유기체적 욕구나 감정을 하나의 의미 있는 행동 동기로 조직화하여 자각한 것을 의미한다. 예컨대 어머니가 아이를 안아보고 싶은 것, 공부하다가 커피를 한 잔 마시고 싶은 것, 또는 친구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싶은 것과 같이 우리의 크고 작은 행동들을 유발하는 동기들이 바로 게슈탈트다. 그러나 개체의 모든 욕구나 감정이 바로 게슈탈트는 아니다. 개체가 처한 상황에서 실현할 수 있는 행동 동기로 지각한 것이 게슈탈트다. 개체는 어떤 상황 속에서 자신의 욕구나 감정 그리고 환경조건을 고려하여 가장 매력 있는 절실한 행동을 게슈탈트로 형성한다.
개체가 게슈탈트를 형성하는 이유는 우리의 욕구나 감정을 하나의 유의미한 행동으로 만들어서 실행하고 완결하기 위함이다. 달리 말하면 우리의 욕구나 감정을 환경과의 접촉을 통해 해소하기 위함이다. 게슈탈트는 Freud의 리비도 개념처럼 환경과 분리되어 그 자체로 존재하는 생물학적인 욕구가 아니라 환경과의 관계 속에서 형성되고 해소되는 개체의 행동 동기라고 할 수 있다. 만일 개체가 게슈탈트 형성에 실패하면 심리적 또는 신체적 장애를 나타내게 된다. 따라서 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분명하고 강한 게슈탈트를 형성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2) 전경과 배경
인간의 모든 인식은 전경과 배경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진다. 어느 한순간에 우리 의식의 초점이 되는 것을 전경이라고 하고, 초점 밖에 놓여 있는 인식 대상을 배경이라고 한다. 우리의 마음은 끊임없이 새로운 감정과 욕구들이 전경으로 떠올랐다 배경으로 사라지는 과정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다.
게슈탈트를 형성한다는 말은 개체가 어느 한순간에 가장 중요한 욕구나 감정을 전경으로 떠올린다는 말과 같은 뜻이다. 건강한 개체는 매 순간 자신에게 중요한 게슈탈트를 선명하고 강하게 형성하여 전경으로 떠올릴 수 있는데 반해, 그렇지 못한 개체는 전경을 배경으로부터 명확히 구분하지 못한다. 이러한 사람들은 흔히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를 잘 모르므로 행동 목표가 불분명하고 매사에 의사 결정을 잘하지 못하고 혼란스러워한다.
건강한 개체에 있어서는 자연스러운 전경과 배경의 교체가 일어난다. 이를 '게슈탈트의 형성과 해서'라고도 부른다. 개체가 전경으로 떠오른 게슈탈트를 해소하고 나면 그것은 전경에서 사라져 다시 배경으로 물러난다. 그리고 다시 새로운 게슈탈트가 형성되어 전경으로 떠오른다. 예컨대 공부하다가 갈증을 느낀 학생의 경우 갈증이 전경으로 떠오르고 음료수를 찾아 마신다. 그러면 갈등이 해소되어 배경으로 사라지고 다시 공부를 전경으로 떠올려 거기에 열중하게 된다.
(3) 미해결 과제
개체가 분명한 게슈탈트를 형성하지 못했거나 게슈탈트를 형성했지만 해소를 잘하지 못한 경우, 게슈탈트는 배경으로 사라지지 못한다. 게슈탈트가 아직 완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해결을 요구하고 계속 전경으로 떠오르려 하며 중간층에 남게 된다. 이러한 상태는 다른 게슈탈트가 선명하게 형성되는 것을 방해한다. 예컨대 아침에 부모와 벌인 언쟁을 해결하지 못한 학생은 그것이 미해결 과제로 남아 학교에서도 공부에 집중하기가 어렵다. 공부를 선명하게 전경으로 떠올릴 수 없는 것이다.
개체가 자연스러운 유기체의 활동을 인위적으로 차단할 때 미해결 과제가 쌓이게 된다. 우리는 수많은 미해결 과제를 안고 살아가기 때문에 삶을 신선하고 생기 있게 살지 못한다. 미해결 과제가 많아질수록 개체는 자신의 유기체적 욕구를 효과적으로 해소하는 데 실패하게 되고 마침내 심리적, 신체적 장애를 일으킨다. 따라서 게슈탈트 심리치료는 미해결 과제를 완결 짓는 일을 매우 중요한 목표로 생각한다.
Perls에 따르면 미해결 과제를 찾기 위해 Freud처럼 무의식의 저면 깊숙이 박혀 있는 과거일을 파헤칠 필요가 없다. 모든 것은 '지금-여기'에 명백히 드러나 있다. 즉 미해결 과제는 끊임없이 전경으로 떠오르려 하기 때문에 항상 '지금-여기'에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으며, 개체는 단지 그것을 회피하지 않고 '지금-여기'를 알아차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4) 알아차림과 접촉
전경과 배경이 교체되는 과정에 있어서 알아차림과 접촉이 매우 중요하다. 개체는 알아차림과 접촉을 통해서 전경과 배경을 교체하기 때문이다. 알아차림은 게슈탈트의 형성을 촉진하며, 접촉은 게슈탈트의 해소를 증진한다.
알아차림(awareness)은 개체가 자신의 유기체적 욕구나 감정을 지각한 다음 게슈탈트로 형성하여 명료한 전경으로 떠올리는 행위를 뜻한다. 달리 말하면 개체가 자신의 삶에서 현재 일어나고 있는 중요한 현상들을 방어하거나 피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지각하고 체험하는 행위를 뜻한다. 알아차림은 개체의 활동 수준에 따라 생기, 감각, 감정, 인지, 지각, 그리고 행동 차원 등 개체 활동의 모든 영역에서 일어날 수 있다. 이때 알아차림은 어느 한두 영역에서만 일어날 수도 있고, 여러 영역에서 동시에 일어날 수도 있다. 만일 어느 한 차원에서라도 알아차림이 차단되면 전체적인 알아차림은 그만큼 불완전해지며 분명한 게슈탈트를 형성하지 못하게 된다. 알아차림은 누구에게나 갖추어져 있는 능력이다. 다만 개체가 자신의 알아차림을 인위적으로 '차단'할 때 게슈탈트 형성에 실패하게 된다.
접촉(contact)은 전경으로 떠오른 게슈탈트를 해소하기 위해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게슈탈트가 형성되어 전경으로 떠올라도 이를 환경과의 접촉을 통해 완결하지 못하면 배경으로 사라지지 않는다. 따라서 접촉은 알아차림과 함께 서로 보완적으로 작용하여 '게슈탈트 형성과 해소'의 순환과정을 도와주어 유기체의 성장에 이바지한다. 접촉에는 알아차림이 포함된다. 즉 접촉이란 개체가 알아차림을 통해 게슈탈트를 형성한 후 환경에서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매력적인 목표물을 찾아내어 이것을 향해 행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 개체의 감각기관은 목표물을 포착하는 데 도움을 주는 반면, 운동 기관은 그 목표물에 접근하는 데 도움을 준다. 접촉이란 체험하는 것이다. 즉 그냥 순수하게 자신을 개방하고서 그 대상에 내맡김으로써 그것과 하나가 되는 것이다. 어떤 인위적인 사고나 이론적 태도를 버리고, 순수하게 유기체적 체험이 가능하도록 자연에 내맡기는 것이다. 모든 것을 유기체의 자기조절능력에 내맡기는 것이다.
Polster와 Polster(1973)에 따르면 접촉은 성장의 활력원이며 자신을 변화시키는 수단이자 세상에 대한 진정한 경험이다. 접촉은 개인의 분리감이 유지되는 상태에서의 교류를 의미하며, 분리감을 상실한 채 일어나지 않는 혼입(fusion)과는 구별된다. 건강한 삶을 위해서 중요한 문제는 개인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어떻게 사람이나 사물과 활발하고 생산적인 접촉을 하느냐는 것이다.
(5) 알아차림-접촉 주기
게슈탈트가 생성되고 해소되는 반복적인 과정을 '알아차림-접촉 주기'라고 부른다. 첫 단계는 이전의 게슈탈트가 해소되어 배경으로 물러난 상태이다. 모든 것이 잘 충족되고 해소된 균형 상태에서는 특정한 게슈탈트가 떠오르지 않는다. 마음이 평안하고 고요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그 상태에서 어떤 외부 자극이나 내면적 불균형 상태가 초래되면, 그와 관련된 유기체적 욕구나 감정이 신체 감각의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이러한 두 번째 단계는 개인이 이러한 감각을 알아차림에 의해서 게슈탈트를 형성하여 전경으로 떠올리는 세 번째 단계로 이행된다. 네 번째 단계는 게슈탈트를 해소하기 위해서 에너지를 동원하는 과정이다. 다섯 번째 단계는 구체적인 행동을 실천하는 과정이다. 이러한 행동이 환경과의 접촉을 통해서 게슈탈트를 잘 해소하게 되면 그 게슈탈트는 배경으로 물러나 사라지고 개인은 휴식을 취하는 마지막 단계로 이행된다. 이 상태에서 다시 새로운 욕구나 감정이 전경으로 떠오르고 이를 알아차려 게슈탈트를 형성하고 해소하는 새로운 알아차림-접촉 주기가 되풀이된다. 인간의 삶은 게슈탈트의 알아차림과 접촉이 반복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건강한 유기체는 이러한 알아차림-접촉 주기를 원활하게 반복하면서 성장해나간다. 게슈탈트 치료에 따르면 좋은 게슈탈트가 건강한 삶의 핵심적 요소이다. 좋은 게슈탈트란 유기체의 필요를 나타내는 전경이 배경과 선명하게 대비되어 명료한 알아차림을 유발하는 게슈탈트를 뜻한다. 건강한 상태에서는 좋은 게슈탈트를 통한 알아차림이 유기체의 지배적 욕구를 정확하게 반영한다. 게슈탈트 치료에서 중시하는 정신건강의 또 다른 요소는 창조적 적응이다. 창조적 적응은 개인과 환경 간의 생태학적 균형을 의미한다. 게슈탈트 치료는 내담자가 환경에 잘 적응하도록 돕는 것을 넘어서서 개인의 잠재된 능력을 환경과의 접촉 속에서 창조적으로 발현하도록 돕는다.
'관심 있는 주제 (IT, 심리학 등)'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게슈탈트 치료 - 다양한 접촉 경계 장애 (0) | 2022.10.07 |
---|---|
게슈탈트 치료 - 정신병리 이론 일반적 원리 (0) | 2022.10.06 |
게슈탈트 치료 - 이론적 배경 (0) | 2022.10.06 |
게슈탈트 치료 - Laura Perls의 생애 (0) | 2022.10.06 |
게슈탈트 치료 - Fritz Perls의 생애 (0) | 2022.10.0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