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적 심리치료-개요 및 융의 생애와 발전과정

1. 분석적 심리치료의 개요

 분석적 심리치료는 칼 구스타프 융에 의해 창시된 정신 역동적 심리치료로서 인간의 심층적인 무의식 세계를 설명하는 분석심리학에 근거하고 있다. 융은 한때 프로이트와 함께 정신분석 운동에 참여했으나 그와 결별하고 독자적인 이론체계와 치료 방법을 발전시켰다.

 융에 따르면 인간의 무의식은 충동적인 성적 욕망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개인으로 하여금 진정한 자기를 실현하도록 이끄는 지혜의 보고이다. 인간은 성욕과 같은 본능적 욕구에 의해 끌려가는 존재가 아니라 인간 정신의 통합적 발현, 즉 개성화를 향해 나아가는 존재이다. 인간은 과거의 원인 때문에 행동할 뿐만 아니라 미래의 목적을 위해서 행동한다.

 융의 분석심리학은 매우 심오하고 난해하다. 그는 인간의 마음을 의식, 개인 무의식 그리고 집단 무의식으로 구분하고 있다. 아울러 자아, 콤플렉스, 원형, 페르소나, 이니마, 아니무스, 그림자, 자기와 같은 독특한 개념을 통해서 인간의 정신 세계를 정교하게 설명하고 있다. 융에 따르면 인간의 삶은 무의식의 발현과정이다. 의식은 무의식의 거대한 바다 위에 떠 있는 작은 조각배와 같다. 인간은 '나'라는 자아에 의해 지배되는 것이 아니라 자아를 통해 움직이는 어떤 거대한 힘에 의해 지배된다. 이런 점에서 자아는 영혼의 주인이 아니라 대변인일 뿐이다. 무의식은 다양한 상징적 표현을 통해 자아에게 메시지를 전달한다. 자아가 이러한 무의식의 내면적 소리를 인식하지 못하거나 외면할 때 정신적인 고통과 장애가 발생한다.

 분석적 심리치료는 우리의 정신세계를 구성하는 두 영역, 즉 의식과 무의식이 서로 소통하도록 연결하는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융에 따르면 인간의 내면에는 위대한 존재가 살고 있다. 그 존재는 꿈을 통해서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를 은밀하게 암시적으로 전달한다. 건강한 삶이란 이러한 내면적 동반자의 은밀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진정한 자기를 실현해 나가는 삶이다. 분석적 심리치료에서는 꿈 분석, 전이 분석, 적극적 상상과 같은 다양한 기법을 통해서 내담자가 자신의 무의식을 이해하도록 돕는다. 내담자로 하여금 꿈과 환상을 통해 전달되는 무의식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진정한 자기를 실현하도록 돕는 것이 분석적 심리치료의 핵심이다.

 분석심리학은 인간의 정신 특히 무의식 세계의 심층적 구조를 이해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분석적 심리치료는 내담자로 하여금 문제와 증상의 해결을 넘어서 자신의 정신세계를 통합하여 진정한 자기를 실현하도록 돕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융의 분석심리학은 그 개념이 복잡하고 과학적인 검증이 어렵기는 하지만 인간의 심층심리에 대한 풍부한 개념과 이론적 체계를 통해서 심리학뿐만 아니라 종교, 예술, 문학 등의 여러 분야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2. 융의 생애와 분석심리학의 발전 과정

1) 융의 성장 과정과 교육 배경

 융은 1875년 7월 26일 스위스 동북부의 작은 마을에서 그 부모 아래 네 번째 아이로 태어났다. 융의 할아버지는 유명한 의사였으며 외할아버지는 개신교 교회의 요직을 담당했던 출중한 신학자였다. 그의 외숙부 중 여덟 명이 목사여서 융은 어린 시절부터 장례식이나 교회 의식을 많이 접했다. 그의 가정이 부유한 편은 아니었지만 그 지역에서 유명한 집안이었다.

 융의 아버지는 교외에 있는 작은 도시의 개신교 목사였으며 어린 융에게 라틴어를 가르친 고전학자이기도 했다. 자상하고 친절하여 신도들의 존경을 받았으나 가정에서는 쉽게 화를 내고 자신의 감정을 분출하는 등 표리부동한 모습을 보였다. 융은 이러한 아버지에게 존경심과 더불어 실망감을 지니게 되었다. 아버지에 대한 융의 감정은 나중에 프로이트에게 투사되어 두 사람의 관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융의 어머니는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사람이었다. 융은 그의 어머니가 기분 변화가 심한 예측할 수 없는 인물이었다고 회고하고 있다. 그의 어머니는 융이 어렸을 때 바젤에 있는 정신병원에서 수개월을 보냈는데, 이때 융은 어머니의 오랜 부재로 깊은 슬픔에 빠지기도 했다. 융의 어머니는 따뜻한 모성적 측면과 더불어 직관적이고 날카로운 측면을 지닌 사람이었으며 이러한 어머니에게 융은 양가감정을 지니고 있었다고 한다.

 융의 부모는 서로 정서적으로 소원한 관계였으며 융이 태어나기 전에 세 아이가 있었으나 사산하거나 유아기에 사망했기 때문에 융은 여동생이 태어난 9세까지 독자로 자랐다. 융은 예민한 감수성을 지닌 내향적인 소년이었으며 유년기를 외롭게 보내며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 그는 스위스의 호수와 숲을 좋아했으며 혼자만의 공상에 빠져드는 때가 많았다.

 융은 11세에 바젤의 김나지움에 입학했는데 어느 날 운동장에서 한 아이가 세게 밀치는 바람에 넘어져서 기절한 이후부터 자주 기절하는 일이 생겼다. 특히 학교에 가야 하거나 숙제를 빨리 끝내야 할 때 기절하는 일이 반복되어 결국 한동안 학교를 쉬게 되었다. 그러던 중 융은 아버지가 염려하며 아들이 나중에 밥벌이조차 못 하게 될 것을 걱정하는 말을 듣고 나서 공부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융은 나중에 자신의 기절 경험을 통해서 신경증이 어떤 것인지 이해하게 되었다고 회고했다.

 융은 청소년기에 자신에 대한 회의와 불만을 느끼며 철학 서적을 많이 읽었다. 쇼펜하우어와 칸트의 책을 좋아했는데, 쇼펜하우어의 염세적인 세계관보다 칸트의 순수 이성 비판에서 더 큰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융은 대학 진학을 앞두고 전공 선택의 고민에 빠졌다. 철학과 역사학을 비롯한 인문학과 더불어 자연과학에도 마음이 끌렸기 때문이다. 이 무렵 융은 자신의 마음속에서 두 개의 인격이 갈등하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제 1 인격은 '수학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서 자신감조차 부족한 학생'이었으며, 제 2 인격은 '위대한 권위자로서 영향력 있는 강한 남자'였다. 융은 이후에도 내면에서 제 1 인격과 제 2 인격이 갈등하는 것을 지속적으로 느꼈으며 꿈에서도 이러한 두 개의 인격이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대학 입학 자격시험이 다가오면서 융은 자연과학 분야에 응시하기로 결정했다. 그즈음에 꾸었던 두 개의 꿈을 근거로 융은 자연과학을 전공하기로 결정했으며, 그의 할아버지처럼 의학을 전공하려는 마음을 먹게 되었다. 1895년 바젤 대학교에 입학하여 1903년까지 자연과학과 의학을 공부했다. 의대를 다니면서도 융은 지속적으로 철학을 비롯한 다방면의 책을 읽었다. 그는 테이블이나 칼이 아무런 이유 없이 부서지는 것과 같은 초자연적 현상을 경험했는데, 이러한 경험은 그가 영적인 주제에 관심을 갖게 했다. 융은 전 생애를 걸쳐서 철학, 신학, 인류학, 과학, 그리고 연금술과 신화학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지녔다.